장애인과 아이폰 - 보조기기로써의 가능성을 보다. 장애인과 IT


 저는 3년 째 학교를 다니면서 장애 학우들을 돕고 있습니다. 여러 불편함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대학까지 진학해서 보이는 학업에 대한 의지는 대단하지요. 때론 장애 때문에 좌절하는 친구들도 많이 봤고, 장애 같은건 신경도 안쓰고 자기의 꿈을 이루는 친구들도 봤습니다. 정말 안타까울 때는 정말로 하고 싶은 의욕으로 충만한데 장애 때문에 현실적으로 무엇도 할 수 없는 친구를 볼 때 입니다. 

 그런 친구들을 볼 때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지만 딱히 도와줄 방법도 생각이 나질 않지요. 그러다가 관심을 가지게 된게 보조 공학기기라는, 힘에 부치는 일들을 좀 더 편리하게 할 수 있게 돕는 기구 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것들은 정말로 비싸고, 모든 사람이 각각 다른 장애를 갖고 있기에 각자의 상황에 맞춰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요. 

 사실 저도 장애인입니다. 대단한건 아니고 손이 좀 불편한 수준이라 어디가서 이야기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긴 하지만 나름 불편함을 겪고 있고 그걸 어떻게 보충할까 고민한 끝에, 취미였던 IT 가젯들을 활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악력이 약한 관계로 문자를 보낼때마다 뻑뻑한 버튼을 누르기가 조금 버거워서 터치폰을 사려던 찰나에 작년 아이폰이 출시 되었지요. 편리한 입력 외에도 쓰다보니 이 물건, 참 대단했습니다. 장애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게 잠재되어 있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내장된 편의 기능만 해도 꽤나 뛰어납니다.

 1. 보이스 오버

 화면 상에 나타나는 모든 문자를 TTS(Text-To-Speech)로 읽어 줍니다. 시각 장애인 전용 휴대폰이 아니면 이런 기능 탑재된 휴대폰 드뭅니다. 이 기능은 사실 완전히 시력을 잃은 분들께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 분들에게는 손 끝의 감각으로 버튼을 찾는게 필수적인데 아이폰에는 그런게 없거든요. 하지만 저시력자나, 발음이 흐린 청각 장애인, 말을 하기 어려운 언어 장애인들에게는 엄청난 기능입니다. 이게 자기가 직접 입력한 텍스트도 읽어주거든요. 타이핑만 빠르면 말을 대신 해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선 PC나 노트북에 비싼 소프트웨어를 따로 설치해야 했습니다. 

 2. 화면 확대 기능

 아이폰을 처음 접해보신 분들이 가장 놀라는 기능 중 하나가 편리한 확대-축소죠. 근데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한단계 더 확대 기능이 있습니다. 저시력 장애인들은 기기를 거의 눈 앞에 붙여야 보이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기능은 무언가 문서를 읽는 데 가독성을 높이고 편리하게 쓸 수 있죠. 지금도 확대경이나 비슷한 기기들이 있습니다만 스마트폰에서 강점이 되는 건, 전자 문서나 웹 서핑할 때 편하게 들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꼭 커다란 기기가 없어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거죠.

 3. 음성 인식 기능

 음성 인식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는게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만 실제로 그걸 활용하는 분은 정말 드물죠. 근데 이 기능이 지체 장애인에게 적용된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이미 전화를 거의 음성인식으로 걸고 있습니다. 전화를 걸기 불편해서가 아니라 음성인식으로 전화를 거는게 더 편합니다. 음성인식을 사용해 전화를 걸면 80% 이상은 제대로 동작할 정도로 상당히 활용도가 높습니다. 따로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아도, 그냥 이름과 전화걸기 라고 말하는 것 만으로 전화가 걸립니다. 음악 재생도 편리합니다. 태그 정리가 다 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 앨범명이나 노래 제목, 가수 이름을 말하고 재생이라고 말하면 음악이 나옵니다. 손을 자유롭게 쓰기 힘든 상반신 지체 장애인들이나 뇌성마비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겠지요.

 꼭 아이폰이 아니라도 위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안드로이드는 써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를 뿐이니 안드로이드가 더 장애인 편의가 뛰어날 지도 모르지요. 제가 1년 가까이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느낀건 이 기기가 장애인들에게 생각보다 더 큰 활용 잠재력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점 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기능들에 촛점이 맞춰진 적이 없다는데 꽤나 놀랐습니다. 보통 활동 보조 기구들은 위에도 썼지만 크고 비싸거든요. 장애인들의 휴대폰 기본요금 35% 할인을 이용한다면 꽤나 저렴한 가격에 좋은 보조 공학 기기를 하나 장만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보통 장애인 분들이 IT와 친숙하지 않다는 점 입니다. 지금까지는 컴퓨터나 여타 기기들에 접근하는데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인데, 아이폰의 경우 편리하게 사용하시는 걸 볼 때 적당한 수준의 교육만 있다면 잘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역시 가격이 비쌉니다. 35% 복지 할인이 적용된다고 해도 장애인 분들 중엔 형편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월 4~5만원의 요금을 부담하라는 건 큰 부담이죠. 국가 차원에서 장애인들에게 스마트폰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강구해줬으면 어떨까 합니다만 실현은 어렵겠지요. 

 세번째론 관련 컨텐츠의 부족입니다. 언어 장애인이 사용하는 기구 중에 아이콘을 누르면 상황에 맞는 말을 음성 출력하는 보조 기기가 있습니다만 아직 앱스토어에서 그런 어플리케이션을 본 적이 없네요. 봉사활동을 꼭 육체적인 부분에 국한 할 것이 아니라, 각 대학에 산재한 인재들에게 지식 기부를 받아서 장애 보조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그들에게도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큰 성취감과 장애인과의 소통 경험이 될테고, 받는 장애인 입장에선 정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테구요.

 스마트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만 소외 계층에 대한 시선이 참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사회 복지나 그런걸 자세히는 모르지만 복지사나 관련 된 분들이 한 번쯤 읽어주시고 검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실현 가능한 방안들 인지를요. 언젠가는 이런 기기들이 일상화 되어서 장애인들이 세상과의 소통에 조금이라도 어려움을 덜 겪는 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타블렛 피씨(라고 해도 아이패드 중심 일 것 같지만...)나 소형 노트북의 활용 방안에 대한 포스팅도 올려보겠습니다 ^^

 

덧글

  • 군중속1인 2010/11/03 16:04 #

    아마 근시일내로 장애인웹 접근성이 향상 되긴할겁니다 법으로 통과되서 의무적으로 공공기관은 접근성을 확보하도록 되있거든요
    국립중앙박물관싸이트 가 주요 예제로 저번 세미나때 나오더군요
    그리고 컴퓨터 특히 MS 계열은 보이스 레코딩 기능이 탑제 되어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크로벳 리더를 활용해서 문서도
    읽을수 있지요 확실히 좀더 발전해야될 부분이 많기는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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